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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작은 역사, 일상

거문도 주민에 대한 영국군의 세련된 친화책

by 헬나이트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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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주민들이 영국 해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정황은 아주 흔하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영국 해군은 그들의 노동력과 경작지를 이용할 때마다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청나라 은화나 담배·음료수·통조림 등과 같은 군인들이 사용하는 생필품 내지 기타 일용 잡화였을 것이다.

서도 주민들과 영국군 장교 2명 기념촬영(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32쪽)
동도 주민과 꼬마들 기념촬영(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39쪽)

주민들은 영국 군의관에게 의료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의료혜택과는 무관한 환경에서 살아온 현지인들에게 제공된 근대적 의료기술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모습, 자연경관 등을 사진 찍거나 스케치한 영국군 자료들이 양측의 친밀한 관계를 대변해 준다.

군함에 초대받은 주민들 기념촬영(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33쪽)

영국군과 함께 청국인과 일본인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의사소통도 비교적 원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군도 거문도 주민들의 전통적 풍습을 이해하고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길을 지나다가 여자와 마주치면 잠시 고개를 돌려 ‘내외’하고 지나갔단다. 그런가 하면 부녀자를 희롱한 수병을 포승줄로 묶어 주민들 앞에서 바닷물에 자맥질시키는 처벌을 시행하기도 했다.

농기구를 만드는 서도 대장간 모습(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45쪽)

빅토리아 여왕 탄신을 기념하는 축포소리에 놀란 동네 개들이 모두 산속으로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이때 영국군은 애완용 개 2마리를 풀어 주민들과 함께 3일 동안 산속을 돌아다니며 수색전을 벌였다는 일화도 전해 온다.

해병장교와 개 수색에 동원된 개 두마리(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28쪽)

장기간 주둔할 준비를 하면서 주둔지 인근에 테니스장을 만들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조선에 만들어진 최초 테니스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문초등학교 옆에 주민들이 설치한 영국군 테니스장 위치 안내판

그런가하면 이국땅 거문도에서 일생을 마친 군인도 있었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거문도에 어업전진기지를 설치하고 대거 입주한 후로 많이 훼손했다고는 하나 아직 묘와 묘비가 몇 기 남아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지원을 받는 현지 주민이 관리한단다. 현재도 부근 해역을 지나가는 영국 해군들이 잠시 들려 참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문도에 조선된 영국군 묘비 초기 모습(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48쪽)
일제 때 훼손된 후 근래 새로 정비된 묘비 및 묘역

일본 나가사키에서 영국군 주둔지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접대부를 데려와서 술을 팔고 매춘하는 영악함을 보여준다. 많을 때는 접대부 20여 명이 거주하기도 했단다. 서도 해안에 사창을 만들어 영국군의 주머니를 털었다니 참 대단한 일본인들이다.

일본인 접대부로 추정되는 스케치, 1886.12.11 '그래픽'지 화보(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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