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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작은 역사, 일상

거문도에서 장기 주둔을 준비하는 영국군

by 헬나이트 202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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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를 불법 점거한 영국 함대는 서도와 동도 사이의 작은 섬 왜도(현재: 고도)에 임시 관측소를 설치했다. ‘관측소가 있는 섬’이라는 뜻의 '옵서베이터리 섬(Observatory Island)'으로 불렀다. 남의 땅에 와서 미안했던지 상륙한지 1개월이 지날 동안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게양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5월 12일 러시아 군함이 나타나자 왜도 정상을 비롯한 여러 곳에 국기를 게양했다. 지나가는 러시아 군함이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게양된 영국 국기 '유니언 잭' 

그리고 장기체류 준비에 착수했다. 중국 상해와 홍콩을 연결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거문도로 연장시키는 작업이다. 지금 기술로 추진해도 엄청난 작업인데, 19세기 말에 거문도에서 영국의 통신회사 이스턴 텔레그래프(Eastern Telegraph) 직원들이 이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 케이블은 9월 태풍에 밀려가던 선박의 닻에 걸려 절단 나고 말았다. 지금은 그 흔적만 거문도에 남아있을 뿐이다.

거문도 해저케이블의 육지연결부 유적과 실제 케이블(왼쪽) 

거문도가 중국과 일본을 왕래하는 항로의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면서 영국 군함의 출입은 더욱 빈번해졌다. 그래서 100여 명의 해병대가 상주하게 되었다. 고든(C.G. Gordon) 해병대위가 지휘하는 홍콩주둔 해병대는 1885년 7월 22일 거문도에 도착했다. 서도 주민들의 농경지에 천막 30여 채가 설치되었다. 이 작업에 주민들도 참여했다. 그리고 일정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경작지 이용료도 받았을 것이다.

거문도의 영국군 텐트(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26쪽)

조립식 임시 막사를 세우는 공사는 11월에 끝났다. 왜도(현 삼산면 면사무소 뒷산 중턱)에 남향 경사면 세 계단에 상단 2개 동, 중단 5개 동, 하단 대형건물 3개 동이 완공되었다. 창고·식당·매점·의무실·숙소 및 지휘부 등으로 이용되었다. 

영국군 막사 위치로 추정되는 거문초등학교   

그리고 접안시설이 있는 해안 가까이에는 앞서 세워진 통신회사 목조건물을 비롯해 경비 초소와 일본인이 영국군을 상대로 경영하는 세탁소 건물이 함께 세워졌다. 나가사키에서 원정 나온 일본인 접대부들도 막사 부근 어느 건물에서 돈벌이를 했을 것이다.

영국군 막사 및 통신회사 건물(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23쪽)

이 뿐만 아니다. 해안에는 기항하는 영국 선박들에게 지원할 보급품 창고로 크고 작은 목조건물 2동이 들어섰다.

왜도 해안에 건설중인 보급품 창고(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24쪽 

신선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간이 축사도 만들어 소·염소·돼지·닭 등 가축을 길렀다. 이 역시 주민들에게 구입했을 것이다. 거문도 주민들은 불가항력의 기상천외한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문도 해안에 조성된 영국군 간이 축사 (김재승, 『근대한영해양교류사』,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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