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의식중에 ‘꿀 먹은 벙*리처럼 왜 말을 안하냐’ 라는 표현을 쓴다. 국어사전에는 '마음 속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아무 대꾸도 안하거나 대응하지 않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몰래 꿀을 퍼 먹었으니 들킬까봐 아무 말도 안하는 수가 있을 것도 같긴 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른 뜻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꿀 먹음은 벙*리’가 와전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꿀은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였다. 그 맛있고 귀한 꿀을 보면 누구나 먹고 싶어 한다. 아무도 안 볼 때 꿀 한 숟갈을 먹었는데, 채 삼키기도 전에 누가 말을 시키면 꿀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몰래 꿀 먹은 게 들통 나니까.
결국 입 안에 가득 찬 꿀 때문에 대답을 할 수도 없고, 꿀꺽 삼킬 수도 없으니 입 꾹 다물고 못 들은 척 하거나 벙*리 인 것처럼 몸짓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꿀을 먹어버렸다면 입 안에 꿀의 흔적이 없으니 안 먹었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다. 그러면 구태여 벙*리 흉내를 낼 필요가 있을까? 혹 미안해서 아무 말도 안한다면 몰라도.
입 안에 꿀을 잔뜩 머금고 있는데 누가 말을 시킨다면 벙*리처럼 소리와 몸짓으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게 이해가 된다.
‘머금다’의 한자는 ‘머금을 함(含=唅)’이다. 입구(口)에 ‘이제 금(今)’이 합쳐진 글자다. 지금 입에 뭔가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입안에 든 꿀 때문에 자신의 의사 표시를 벙*리처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본다면, ‘굴 먹음은 벙*리’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이제는 이런 표현들을 바꿔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말문이 막힌’ 혹은 ‘말을 못 하는’ 등으로 바꾸면 좋다. 누군가 ‘불편’해 할 수 있는 용어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언어가 순화되면 사용하는 우리 마음도 편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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