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3년 12월 철종이 재위 14년 만인 33세에 승하한 후 추대된 새 국왕은 세자나 왕자 중에서 계승한 경우가 아니다. 이 때문에 그들과 차이점이 많았다. 일반 백성이나 다름없이 궁핍한 야인 생활을 하던 몰락한 왕손의 12세 소년이 용상에 앉는다는 사실이 서울 장안은 물론 전국적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큰 사건이다.
특히 도성과 인접한 서울 장안에서 새 국왕이 될 소년이 입궐하는 행차는 근래에 없는 큰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궐하는 행차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도성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일부는 호위 군사들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근세조선정감』에 의하면 구경 나온 도성 주민들이 군사들에게 강압적인 제지를 당하자 이를 목격한 소년 국왕 이명복이 원상 정원용을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도성 주민들이 용상에 오르기 위해 궁궐로 가는 예비 국왕의 행차를 보려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애정 때문인데 함부로 겁박해서는 아니 되며, 추운 날씨에 상해를 입는 주민들이 생기지 않도록 아예 통제하지 말라는 파격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에 대신들이 그의 뜻에 따라 군사들에게 지시하고, 구경나온 주민들에게도 전달하자 새 국왕의 너그러운 처사에 기뻐하며 환호를 질렀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주민들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한껏 기대감을 높이며 기뻐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흥선군의 둘째 아들 이명복은 입궐 과정에서부터 서울 도성에 화제를 뿌리며 온 도성민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역사와 이야기 > 인물과 사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동의 19세기 조선(6) - 조대비 수렴청정과 흥선대원군 예우 (0) | 2020.08.25 |
---|---|
격동의 19세기 조선(5) - 새 국왕 즉위하고, 조대비는 수렴청정 (0) | 2020.08.21 |
딘 헤스 대령과 미국의 청교도 정신 (0) | 2020.08.16 |
격동의 19세기 조선(3) - 국왕 지명을 받은 12세 소년 이명복 (0) | 2020.08.14 |
격동의 19세기 조선(2) - 발톱을 감춘 처세의 달인, 흥선군 (0) | 2020.08.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