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전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성전의 경우는 속전속결을 승패의 관건으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공성기구를 제작하고 해자를 메우며 토성을 축조하는데 최소한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만 공성전을 전개하려고 했다. 기동성을 장기로 하는 북방의 유목 기병이 남침하는 경우 가급적 공성전을 회피하여 우회 기동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수성군이 성 안에 식량과 무기를 충분히 저장하고, 외부 세력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강공으로 작전을 빨리 종료하려고 하였다. ‘장기간 항전하는 적은 탈출할 지혜를 찾게 된다.’라는 옛말은 속전속결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적의 성안에 식량과 마초가 떨어지고, 외부 지원이 차단되어 탈출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한 쪽 포위망을 열어서 유인하고, 적이 야간에 도주할 때 매복조를 투입하여 기습한다. 그리고 적을 성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전술로 공성군의 군기가 해이되고 피로에 지친 것처럼 위장한 후 정예병을 요로에 매복시켰다가 적이 출성공격을 감행할 때 기습하여 섬멸한다.
주간에 성벽을 기어올라 공성전을 전개할 때는 운제와 같은 공성 기구를 이용하며, 원거리에서 불화살을 날려 성중에 쌓아둔 물자와 건물 등을 불태워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밖에 햇볕을 잘 반사할 수 있는 거울을 많이 준비하거나 도검과 창의 광택을 이용하여 수성군을 눈부시게 함으로써 시야를 방해하여 조준 사격이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반면에 야간 공성전은 부대가 교대로 북을 치며 나팔을 불고 고함을 질러 적군의 수면을 방해하고, 주야로 공성기구를 배치한 상황에서 성벽 한 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수성군의 집중 방어를 유도한 후 어두운 달빛 아래 우회 기동한 정예병이 방어가 취약한 성벽을 넘어들어 가는 기만전술을 이용한다.
수성군의 단결을 와해시키는 심리전도 공성전의 중요한 일부다.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달아 성 안으로 쏘아 보내 감언이설로 회유하거나, 성 밖에 거주하는 주민을 이용하여 성 안에 사는 친지들을 회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 안에서 거짓으로 항복해 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황을 자세히 탐지할 필요가 있다(참고문헌:반영환, 『한국의 성곽』, 교양국사총서 30, 세종대와기념사업회, 1978;손영식, 『한국의 성곽』, 주류성, 2009;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무신수지』, 경권, 1986).
'역사와 이야기 > 전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고구려 성곽 공방전의 특징(2) (0) | 2020.06.05 |
---|---|
3.고구려 성곽 공방전의 특징(1) (0) | 2020.06.02 |
2.우리나라 성곽 종류와 공방전 양상(1) (0) | 2020.05.26 |
1-2. 우리나라 성곽 축조의 배경 (0) | 2020.05.22 |
1-1. 우리나라 성곽 축조의 배경 (0) | 2020.05.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