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만신원에서 한 참을 달려 옥룡설산 뒤편 계곡을 따라 들어갔다. 오른쪽 창밖의 강폭은 갈수록 좁아졌다. 호랑이가 뛰어서 건너갈 정도로 좁은 금사강(金沙江, 진사강 : 장강의 부분 명칭) 계곡에 호도협이 있다. 그러니 물살이 사납고 거세다. 버스 주차장 입구에 호랑이 상이 호도협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준다.
호도협 전망대서 내려 보니 건너편에 포효하는 호랑이 상이 벼랑에 세워져있다. 여기부터는 이른바 '빵차'로 불리는 승용차로 이동해야 한다. 현지 주민이 숙달된 운전솜씨로 합피(하바)설산의 낭떠러지기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이 위험한 운전은 그 지역 주민들만 할 수 있단다. 도중에 두려움을 느낀 일행이 무섭다고 차를 세워버리기도 했다. 가이드가 겨우 달래서 서서히 이동했다.
잠시 후에는 차도 갈 수 없는 오솔길을 걸어서 간다. 차마고도 체험용 미니 트레킹 코스다. 집으로 가는 염소도 만났다. 계곡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몸이 흔들릴 정도다. 천길 계곡을 내려다보기가 싫어서 건너편 옥룡설산 뒷면을 보면서 조심조심 걸었다. 참 험악한 산길이다. 폭포가 쏟아지는 곳에서 발길을 돌려 합파(하바)설산의 차마고도 트레킹 코스를 무사히 체험했다.
해질 무렵 중도객간에서 저녁을 먹었다. 토종닭찜을 고량주를 반주로 먹었다. 반찬은 별로였다. 깊은 산속에 뭐가 있겠나. 우리 식탁에서는 고량주 1병을 비우고 가이드에게 또 1병을 요구했다. 해발 2,345미터 중도객잔에서 남녀 모두 술이 당기는 모양이다. 합파설산 중턱에 자리 잡은 중도객잔은 4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숙박시설이란다. 특히 화장실에서 내다보는 경치가 좋아서 ‘천하제일측간’이라고 표지석을 세워 자랑한다. 과연 측간에서 바라보는 옥룡설산이 가관이다.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달려 이강으로 돌아왔다. 이강 고성 야경 투어가 21일 일정의 마지막 이다. 이른 새벽에 옥룡설산으로 출발해서 호도협, 차마고도 트레킹 체험코스를 거쳐 야경이 휘황찬란한 이강 고성에 이르기까지 강행군이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이 아름다운 도시를 보호하는 외곽에는 성곽이 없단다. 다행히 외적의침공은 없었나 보다. 나시족 왕의 성씨가 ‘목(木)’씨인데, 외곽에 성곽을 두르면 ‘곤(困)’자가 되기 때문이란다. ‘곤’자의 뜻은 괴롭다, 부족하다, 곤란하다 등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아예 성을 쌓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 건축물도 전부 나무로 만들고, 주변에 꽃도 많다. 나무와 꽃은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시 내부에 물이 풍부하게 흘러가지만, 도시 이름에도 ‘강(江)’자가 들어간 걸 보면 전후 맥락이 이해가 된다.
나시족의 독특한 양식으로 조성된 이강 고성은 800년 전 도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단다. 그래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 같다. 낮에는 그냥 차분한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밤이 되면 활기찬 모습으로 변신한다고 하니 야경 투어가 기대된다.
화려한 조명아래 골목골목이 주민과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은(銀)’ 세공품이 유명해서 매장이 즐비하다. 도로 중앙에는 맑은 물이 흘러가는 도랑이 있고 주변에는 가게에서 내놓은 크고 작은 수많은 화분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도 꽃의 도시다.
대리 고성에서도 은 세공이 많았다. 이강은 은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라서 은 세공이 발달했단다. 가격이 매우 비싸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길고긴 하루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숙소인 '이강왕부반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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