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아침에는 어제처럼 서두르지 않아서 약간 여유가 있었다. 이강 고성 북쪽에 깨끗한 물리 펑펑 솟아나는 호수공원인 흑룡담이 첫 코스다. 옥룡설산의 눈 녹은 물이 지하에서 솟아오르니 맑고 찬 물이다. 그 물위에 설산의 그림자가 비치자 사진 찍기 바쁘다. 아침 호숫가를 거닐며 심호흡을 하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 든다.
이제 운남성 여행의 종반부 코스에 접어들었다. 또 다시 ‘궁댕이 관광’이 시작된다. 곤명의 마지막 숙박지인 중황호텔까지 죽치고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관광이다. 밖에 보이는 주택의 흰색 벽면에 불꽃 모양의 그림으로 장식한 마을이 줄줄이 보인다. 불꽃을 형상화한 가로등도 있고, 가끔 올림픽 성화봉 같은 기둥모양의 불꽃도 보인다. 불을 숭상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는 표시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또 달린다. 오늘 일정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창 관광으로 하루가 마무리 된다. 첫날 들렸던 중황호텔에 다시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우한폐렴’ 때문에 체온 측정한다고 삼각대에 설치한 열 감지 카메라가 우리를 반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지나가는 중국 고속버스를 여러 대 목격했다. 그런데 승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의 춘절 연휴 대이동이 이미 시작되었고, 폐렴을 우려해서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그때까지도 저들이 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호텔에 들어와서야 알았다. 친구가 보내준 카톡에는 폐렴 환자가 공항에서 큰 박스에 감금된 체 끌려가는 무서운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 당시 우리는 무한(우한)과 운남성 곤명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1월 24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 마지막 날에 마지막 코스는 ‘석림(石林)’ 관광이다.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설명한다. 입구에서부터 전동차로 이동했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인데, 곤명에서 동남쪽으로 약 1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이족(彛族) 자치현이다. 2억 7천 만 년 전에 바다 속 바위들이 지상으로 융기하여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이란다. 바위가 나무숲처럼 형성된 모습이라서 석림이라 부른다. 입구에 도착하니 정면 큰 바위 전면에 붉은 글씨로 세긴 ‘석림’이 반긴다.
그런데 여기도 인공이 가미되어 있단다. 바위와 어우러진 잔잔한 호수가 인공 호수란다. 고위층 인사가 이 지역을 둘러보고 호수와 함께 어우러지면 좋겠다고 조언한 후로 호수가 만들어졌단다. 어쨌거나 여기저기에 만들어진 호수와 바위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조언 덕분에 한층 운치 있는 석림을 관광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운남성에 ‘보이’라는 지명이 있다. 그 유명한 ‘보이차’의 고향이다. 보이차를 홍보하고 전시 및 판매하는 종합 매장도 관람했다. 전국의 수많은 원반 모양의 보이차들이 장식품처럼 전시돼 있다. 보이가 운남성 지역의 지명인 줄도 이번에 알았다. 넓은 현관에는 운남성을 중심으로 인접 국가들과의 국경지역 등을 축소한 대형 지형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 지형도에는 베트남을 아직도 ‘월남’으로 표기하고 미얀마(옛 버마)를 ‘면전(緬甸)’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월남이나 면전은 중국식 표기였던 것이다. ‘면전’은 지금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월남’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국명이다. 인도를 ‘천축’으로 부르지 않고, 미얀마를 '면전'이라고 하지 않듯이 ‘월남’이라는 호칭도 ‘베트남’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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