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독특한 묘지 양식에 관심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2020년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동안 여행하면서도 묘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시신을 안장한 봉분은 육지의 여느 묘지와 다를 것이 없는 바가지를 엎어 놓은 형상이다. 비교적 잔디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역시 큰 차이 점은 묘지 주변을 제주 화산석으로 둘러싸고 있는 사각형의 울타리석이다. 길이를 눈대중으로 살펴보니 울타리석의 내면 3~4m, 외면 4~6m, 폭과 높이 50cm~1m 내외 정도로 측정된다. 주택 인근이나 감귤밭, 무밭 가장자리에 비좁게 자리 잡은 묘지는 내면 2~3m, 외면 3~4m 정도로 울타리석의 규모도 작다.
오름이나 큰 밭에 넓게 자리 잡은 묘지는 일반적인 규모보다 2~3배나 더 크다. 물론 울타리석의 높이나 폭도 더 웅장하다. 이러한 화산석 울타리는 중앙에 자리 잡은 묘지의 봉분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석이다.
이 울타리석은 방목하는 말들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라고 한다. 실제로 송악산에서 울타리석과 묘소 봉분이 방목하는 말들로 인해 훼손된 현장을 목격했다. 일반적인 화산석 울타리는 말이 뛰어넘기도 애매한 높이와 폭일 뿐 아니라 성인이 올라가서 걸어 다녀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다. 넝쿨나무나 풀들이 엉켜 자라는 경우는 더욱 견고하다.
제주도의 전통 민가는 모두 화산석으로 담장을 쌓고 화산석으로 집을 지었다. 즉 화산석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망자의 유택인 묘소도 생전과 같이 화산석으로 울타리를 함으로써 저 세상에서의 평온한 삶을 이어가기를 기원하는 산 자의 염원이 반영된 묘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은 묘비를 묘소 오른쪽에 측면으로 세우는 것이다. 육지에서는 묘소 중앙에 작은 묘비를 전면에 마주 보게 세우고 망자의 본향과 이름을 음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주의 묘비는 참배자가 묘소를 마주 볼 때 그 오른쪽에 세워져 있다. 묘비의 전면이 참배자를 지향하고 있어서 참배자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묘비의 전면과 마주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작은 역사,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덕천 철새와 수변생태공원, 서울 둘레길 (0) | 2021.03.05 |
---|---|
검단산의 아름다운 눈길-산곡초등학교 쪽으로 내려오며 (0) | 2021.02.26 |
제주도 겨울 여행-오름의 곡선미-용눈이오름, 새별오름 (0) | 2021.02.19 |
검단산의 아름다운 길-하남 환승버스차고지로 내려오며 (0) | 2021.01.08 |
검단산의 아름다운 길-산곡초등학교에서 오르며 (0) | 2021.01.05 |
댓글